


🦅 프롤로그 — 북방의 바람이 방향을 틀 때
오호츠크 해의 바람은 잔잔했지만, 그 잔잔함 속에는
곧 달라질 계절의 무게가 얇게 깔려 있었다.
참수리 카라(Kara, ‘북쪽 바다의 어둑한 색’)는 절벽 끝에서
남쪽 바다의 흐름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얼음 냄새는 옅었고, 파도 소리는 하루 전보다 더 느리고 낮았다.
그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주가 가까웠다.
투리(Turi, ‘강한 자/서 있는 자’)는 조금 떨어진 바위 위에서
강한 바람을 날개로 몇 번 시험적으로 밀어냈다.
날카로운 부리가 흘끗 아래를 스쳤다.
“이제 움직여야겠군.”
그의 목소리는 바람을 가르듯 짧고 직선적이었다.
빙조(氷棹, ‘얼음을 가르는 깃대’)는 말이 없었다.
그저 어둠 속에서 아득히 먼 기류의 떨림을 듣고 있었다.
남서풍의 결이, 밤이 지날수록 미묘하게 바뀌고 있었다.
그 변화는 다른 누구보다 그에게 먼저 닿았다.
건너편 겨울이 부르고 있었다.
저 아래 해안에서는 세 마리의 흰꼬리수리가 이미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울(Yeoul, ‘물살·강의 흐름’)은 차가운 물결이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를
조심스럽게 듣고 있었다.
“수면의 빛이 달라졌어. 결빙이 일찍 올 거야.”
그의 말은 낮고 잔잔했지만,
파도보다 더 정확한 예측이었다.
하늬(Hani, ‘서풍’)는 날개를 반쯤 접은 채
기류가 어둠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는 바람의 방향을 눈으로 보기 전에 몸으로 먼저 감지하는 개체였다.
남쪽에서 더 따뜻한 기류가 얇게 스며들어 오고 있었다.
이건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 가야 하는 길의 기류였다.
마지막으로 레나(Lena, 레나강에서 온 이름)는
가장 높은 바위에서 별빛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별자리는 그가 몇 해 전 처음 한국으로 내려갔던 때와 같은 위치에 있었다.
“길은 준비됐어. 우리도.”
그의 목소리는 침착했고,
겨울마다 이어진 기억이 길을 열어주는 듯했다.
카라가 날개를 천천히 펼쳤다.
차가운 바람이 깃 사이를 천천히 지나가며,
오랫동안 잊고 있던 남쪽의 냄새를 실어왔다.
투리가 고개를 들었다.
“이 바람이면 새벽에 뜬다.”
빙조는 눈을 감은 채 아주 작은 떨림을 확인했다.
남쪽에서 부는 기류의 문이 열리고 있었다.
여울이 날개를 흔들고, 하늬가 고도를 가늠하며, 레나가 별의 위치를 읽었다.
그리고 그 순간,
육지와 바다, 얼음과 바람, 북방의 기척들이
모두 한 방향을 가리켰다.
‘남쪽.’
아직 아무도 날아오르지 않았지만,
이미 여섯 개의 그림자는 같은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주가 시작되는 새벽,
그 바람은 조용히 방향을 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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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 바람의 결을 타는 순간
새벽빛이 바다 위로 아주 얇게 깔릴 때,
카라(Kara, ‘북쪽 바다의 어둑한 색’)가 가장 먼저 날개를 펼쳤다.
얼음의 숨결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바람 속에서
그는 바람결이 어떻게 틀리고 있는지를 감각으로 더듬었다.
남쪽으로 흐르는 기류의 문이 열렸다.
투리(Turi, ‘강한 자’)는 기다렸다는 듯 바람을 밀어 올렸다.
그는 바람을 타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눌러 길을 내는 개체였다.
짧고 직선적인 비행이 시작되자
얼어 있는 해안선 아래로 검은 파도가 멀어졌다.
“속도를 올려. 이 흐름은 오래 가지 않아.”
빙조(氷棹, ‘얼음을 가르는 깃대’)는 말 없이
기류의 떨림을 가슴깃 아래에서 느끼고 있었다.
바람의 미세한 층이 손끝처럼 분리되는 지점,
기압의 얇은 틈이 벌어지는 순간.
그런 신호를 누구보다 먼저 듣는 이는 그였다.
빙조는 방향을 말하지 않는다.
그의 움직임이 방향이었다.
세 마리의 참수리가 하늘에서 한 줄로 늘어서기 시작했을 때,
멀지 않은 고도에서 세 마리의 흰꼬리수리도 고도 상승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울(Yeoul, ‘물살’)은 반사광을 보았다.
아직 태양이 떠오르지 않았는데도
바다 표면은 은빛으로 미세하게 굽어 있었다.
그 곡률은 겨울의 길을 알려주는 표식이었다.
바다는 계절에 따라 다른 곡선을 그리기 때문이다.
그는 그 곡선을 따라 비행 경로를 자연스럽게 조정했다.
하늬(Hani, ‘서풍’)는 날개 끝으로 공기의 결을 느꼈다.
남서쪽에서 유입되는 따뜻한 층이
차가운 북방의 대기와 만나 부드러운 폭을 만들었다.
그는 그 온도 차를 읽고 말했다.
“위로, 조금만 더. 이 층이 가장 오래 유지된다.”
레나(Lena, 레나강에서 온 이름)는
별자리의 위치를 보고 고도를 조정했다.
그가 바라본 것은 단순한 하늘의 빛이 아니었다.
몇 해 전, 처음 이 길을 따라 내려갈 때
별들은 지금과 같은 자리에 있었다.
그는 몸이 기억하는 방향을 따라 천천히 자리를 잡았다.
“따라와. 지구가 길을 기억나게 해줄 거야.”
그 순간, 여섯 마리는 같은 방향으로 날았다.
특별한 신호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속삭여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지구 자기장의 흐름이 남쪽으로 부드럽게 당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맹금류의 뇌 속 깊은 곳에 자리한 미세한 세포들이
자기장의 진동을 읽었고,
육지는 보이지 않아도 길은 이미 열려 있었다.
고도 300미터.
카라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미 해안선은 먼 뒤로 사라졌고,
오직 바다의 색만이 점점 변하고 있었다.
얼음빛이 옅어지고,
물결이 더 부드럽게 꺾였다.
그는 어릴 적 어미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바다는 색으로 길을 준다. 얼음은 향기로, 바람은 결로.”
투리는 속도를 올렸다.
그는 어미가 가르쳐준 오래된 방식대로,
강한 바람이 부는 쪽에 몸을 일부러 내밀어
자기 몸의 무게를 기류의 경계에 고정시켰다.
그 방식은 오래도록 북방에서 살아온 수리들만의 기술이었다.
빙조는 침묵한 채
남쪽에서 올라오는 어둡고 깊은 공기층을 들었다.
그 기류 속에는
홋카이도 근처의 바다 냄새와
중국 북부에서 떠오른 먼지의 얇은 흔적이 함께 실려 있었다.
세계는 거대한 지도를 펼친 적이 없지만,
공기 그 자체가 지도였다.
여울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저기 강줄기가 남서쪽으로 틀리는 지점…
아마 며칠 뒤 그곳을 통과하겠지.’
그는 지형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지형이 가진 ‘패턴’을 보고 있었다.
하늬는 고도를 유지하며
서풍이 가져오는 따스한 층을 느꼈다.
“이 속도로 가면, 밤이 오기 전에 첫 쉼터에 닿겠어.”
레나는 별이 모두 사라진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기억나? 첫날 밤에 얼음이 덜 얼어 있던 강.
그 위에서 바람을 쉬어도 안전했지.”
카라가 천천히 고도를 낮추며 말했다.
“그래. 그 강은 아직 우리를 기억할 거야.”
눈 앞에 지형은 없었다.
바다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여섯 마리는
마치 오래된 지도를 읽듯,
혹은 어미의 목소리를 되새기듯
보이지 않는 경로를 따라 정확히 움직이고 있었다.
지구가 그들을 남쪽으로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부름 속에서
여섯 마리는
하나의 흐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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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 한국 도착: 물빛이 달라지는 자리
바람의 결은 하루 동안 꾸준히 남쪽을 향해 열려 있었다.
여섯 개체는 밤과 낮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류의 층 위에서 가볍게 흔들렸다.
장거리를 나는 동안
그들의 근육은 고갈되지 않았다.
맹금류의 가슴근은 긴 비행을 위해
깃 아래 깊숙이 산소를 저장해두고 있었고,
혈액은 더 빠르게 흐르며
지구력이 필요한 순간마다
축적한 에너지를 거의 즉시 불러낼 수 있었다.
카라(Kara)는 몸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어미가 말해준 “비행근의 비밀”이 떠올랐다.
“끝없는 비행에서 지쳐 있는 것은 날개가 아니라, 마음이다.”
비행근은 논리적이었고
대기 흐름은 일정했으며
세계는 그들의 몸을 위한 구조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투리(Turi)는 더 낮은 고도로 잠시 내려와
기압의 변화를 읽었다.
그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아끼는 법을 알고 있었다.
바람이 밀어 올려주는 상승기를 밟아
제 힘을 거의 쓰지 않고 고도를 유지했고,
필요한 순간에만 강한 날갯짓을 넣어
기류의 틈에서 다시 속도를 얻었다.
“이쯤이면 곧 해안이야.”
투리의 목소리는 단단했고
그 자신도 이미 ‘땅 냄새’가 가까워진 것을 알고 있었다.
빙조(氷棹)는 남쪽에서 올라오는 습한 바람 속에서
강물 냄새와 바다 냄새가 섞여 있는 걸 들었다.
그건 북방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향기였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한반도의 냄새.
여울(Yeoul)은 아래로 드리운 구름 아래에서
반사광이 변하는 걸 보았다.
바다는 점점 얕아지고 있었고,
하구의 폭이 넓어지는 패턴은
그에게 명확한 신호였다.
“너희, 곧 하구야. 물빛이 달라졌다.”
하늬(Hani)는 바람을 한 번 크게 마셨다.
그 바람 속에는
한국의 서해안이 가진 독특한 기류—
조수 간만의 차로 만들어진
부드럽고 넓은 공기층이 있었다.
그 층은 수리들이 고도를 유지하기에
가장 쉬운 길 중 하나였다.
레나(Lena)는 더 높은 고도로 올라가
둥근 지평선을 확인했다.
그는 여러 나라의 하구를 거쳐온 개체였지만
한반도 하구의 모양은 기억이 분명했다.
넓은 개활지,
강과 갯벌이 동시에 펼쳐지고,
물이 얼지 않은 곳이 마치 길처럼 이어지는 곳.
“저기다. 낙동강 하구.”
먼 아래에서,
갯벌이 낮은 회색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밀물과 썰물이 다져 놓은 굴곡진 표면은
마치 누군가가 지형도를 손으로 직접 그린 듯했다.
여기저기 어류가 모여드는 얕은 물길,
수서조류가 쉬고 있는 작은 섬,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넓고 개방된 시야.
맹금류에게 이보다 안전한 월동지는 거의 없었다.
“저 아래는 먹이가 많아.”
여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수면이 얼지 않아서 조류가 계속 움직여.
강의 경로가 바뀌지 않는 한, 매년 우리를 기다리겠지.”
하늬는 부드럽게 회전하며 고도를 낮췄다.
“저기, 저 바람 결을 봐.
하구의 따뜻한 기류야. 몸이 쉬고 싶다는 신호가 와.”
참수리 세 마리는
흰꼬리수리 둘이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방향을 따라갔다.
서로 다른 종이지만
겨울 하구의 흐름은
모든 맹금에게 비슷한 길을 제공했다.
그러나 더 안쪽에서
팔당호수의 냄새가 얇게 퍼지고 있었다.
빙조가 가장 먼저 그 향을 들었다.
얼음이 늦게 어는 깊은 호수,
도시와 자연이 만나는 곳.
그리고 겨울철 먹이가 의외로 풍부한 곳.
카라는 고개를 돌렸다.
팔당에 가까워지고 있는 하늘이었다.
“투리, 빙조. 먼저 올라가 본다.”
카라가 방향을 틀었다.
흰꼬리수리들은 남쪽 하구에서 머물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참수리들은 더 안쪽의 호수를 확인하려는 듯했다.
하늘이 두 가지 길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레나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우리는 여기서 쉰다.
너희는 너희의 물을 찾아.”
투리는 짧게 대답했다.
“그래. 다시 보자.”
팔당호수는 새벽빛에 잠겨 있었다.
수면은 거의 얼지 않았고,
물고기 떼가 일정한 간격으로 물을 흔들고 있었다.
호수 주변의 개활지에서는
농경지에서 날아온 작은 조류의 그림자가
아직 남아 있었다.
먹이가 많다는 뜻이었다.
카라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미세한 기류를 몸으로 읽었다.
“이곳은 안전하다. 바람이 깨끗해.”
빙조는 물결이 만들어내는 패턴을 보고 있었다.
곡선이 부드러웠고, 소리가 가벼웠다.
“여기서 겨울을 보낼 수 있어.”
투리는 이미 낮게 활공하며
첫 사냥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아주 희미한 소리—
“찰칵.”
절벽 위, 먼 둔덕에
사람들이 있었다.
조심스러운 숨결과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기계음.
그들은 멀리서 이 새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름 없는 감탄과 기대가
호수 위로 아주 조용히 번져오고 있었다.
카라는 잠시 고개를 들었다.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빛이 자신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은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새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그 빛을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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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장 — 겨울을 품은 물빛 아래에서
팔당호의 겨울은
북방에서 내려온 맹금들에게
기억의 다른 한 장처럼 자연스러웠다.
찬 공기 속에서도 물은 완전히 얼지 않았고,
그 얇은 결의 수면은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부드럽게 흔들렸다.
그 움직임은
먹이가 있다는 신호였고,
또한 머물러도 된다는 말이기도 했다.
카라(Kara)는 높은 소나무 끝에 내려앉아
호수 위로 퍼져가는 미세한 안개를 지켜보았다.
“바다가 아니라도 괜찮군.”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얼음의 차가움 대신
강의 온기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위협도 적고,
바람이 부드러웠다.
투리(Turi)는 이미 몇 차례 사냥을 끝낸 뒤였다.
그는 이곳의 물고기들이
북방보다 빠르지만,
더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갖고 있다는 걸 이해했다.
조금 얕고 약간 따뜻한 물줄기를 따라
연어와 잉어가 회전했다.
투리는 그 리듬을 몸으로 익혀
이제는 힘을 거의 쓰지 않고도
먹이를 낚아챌 수 있었다.
“체온도 움직임도 일정하다. 효율적이지.”
빙조(氷棹)는 여전히 말없이
수면에서 올라오는 소리의 결을 듣고 있었다.
고양된 감각 속에서
어류가 방향을 바꿀 때 생기는
작은 파문 하나까지
그의 날개 아래로 스며들었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소리가 더 부드러워지고,
세상은 얇은 천으로 덮인 듯해졌다.
그는 그 침묵을 좋아했다.
“이 침묵은… 안전한 곳에서만 나는 소리야.”

여울(Yeoul)은 낙동강 하구의 넓은 물길을 따라 움직였다.
그는 한국의 겨울을
“물빛이 달라지는 계절”이라고 생각했다.
밀물과 썰물이 만들어내는 패턴은
푸른빛과 은빛 사이를 천천히 오갔고,
그 사이에서 물고기와 새들의 그림자가
하루에 수십 번씩 모양을 바꿨다.
“이곳은 바람이 크게 흔들리지 않아.”
여울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강줄기가 만들어낸 개활지,
저어새와 도요류의 날갯짓,
작은 포유류가 지나가며 남긴 얕은 흔적.
이 모든 것은 ‘먹이가 많다’는 뜻이었고,
맹금에게 그것은 ‘머물 가치가 있다’는 뜻이었다.
하늬(Hani)는 공중에서 3한4온의 변화를 읽고 있었다.
어느 날은 살을 파고드는 영하의 바람이 불다가,
사흘이 지나면
갑자기 따뜻한 기류가 흘러
눈이 녹고 새벽의 공기마저 부드러워졌다.
“이 바람… 참 특이해.”
그는 미묘한 변화들이
고도와 방향을 얼마나 빨리 바꾸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변화는
그에게 불편함이 아니라
기회였다.
기류는 다양했고,
따라서 쉬거나 사냥할 길도 많았다.
레나(Lena)는 둥지로 쓸 만한 나무를 찾고 있었다.
한반도 겨울은 북유럽보다 덜 혹독했다.
바람이 예리하게 살을 베어가지 않았고,
대지 위에는 휴식할 만한 공간이 많았다.
송전탑, 오래된 고목, 작은 절벽지대—
선택지는 넉넉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판단했다.
“이곳은 오래 머물 구조가 있어.”
눈이 내리는 날이었다.
호수는 더 조용해졌고,
날갯짓은 눈송이를 가볍게 스치며
하늘에 희미한 흔적을 남겼다.
여섯 개체는 서로 멀지 않은 거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겨울을 살아가고 있었다.
카라는 눈 위로 가라앉는 풍경을 바라보며
아득히 먼 북방을 떠올렸다.
그러나 그리움이 있는 대신
지금 머무는 자리를 인정하는
온화한 무게가 마음에 자리했다.
투리는 사냥 후 고요를 즐겼고,
빙조는 눈의 소리를 즐겼다.
여울은 물빛의 변화를 공부했고,
하늬는 기류의 패턴을 기록하듯 느꼈다.
레나는 하늘과 땅 사이를 잇는
조용한 루트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바람은 부드러웠다.
먹이는 풍부했다.
하늘은 넓었고,
위협은 적었다.
겨울은 길었지만,
그 길이는 어쩐지
따뜻하게 느껴졌다.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
사진가들의 숨결이 얇은 실처럼 흘러왔지만,
그들은 그 사실을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빛은 멀리서 자신들을 따라 움직였고,
카메라의 작은 소리는 바람 속에서 부서졌다.
카라는 잠시 그 방향을 바라보았다.
빛은 여전히 자신들을 향해 있었지만
그는 그것을 경계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말했다.
“이 겨울… 나쁘지 않군.”
그 말에
하늬가 미묘하게 날개 끝을 흔들었다.
여울은 수면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들었다.
레나는 둥지 후보지를 다시 평가했다.
투리는 사냥한 먹이를 뜯었다.
빙조는 눈밭 위의 침묵을 계속 읽고 있었다.
그리고 겨울은
그들의 방식대로 깊어져 갔다.


BGM 정보
Ascension / Morning Light / Illusions – Keys of Moon Music | soundcloud.com/keysof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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