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81 〈바람의 결이 머무는 자리〉 🦅 프롤로그 — 북방의 바람이 방향을 틀 때오호츠크 해의 바람은 잔잔했지만, 그 잔잔함 속에는곧 달라질 계절의 무게가 얇게 깔려 있었다.참수리 카라(Kara, ‘북쪽 바다의 어둑한 색’)는 절벽 끝에서남쪽 바다의 흐름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얼음 냄새는 옅었고, 파도 소리는 하루 전보다 더 느리고 낮았다.그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이주가 가까웠다. 투리(Turi, ‘강한 자/서 있는 자’)는 조금 떨어진 바위 위에서강한 바람을 날개로 몇 번 시험적으로 밀어냈다.날카로운 부리가 흘끗 아래를 스쳤다.“이제 움직여야겠군.”그의 목소리는 바람을 가르듯 짧고 직선적이었다. 빙조(氷棹, ‘얼음을 가르는 깃대’)는 말이 없었다.그저 어둠 속에서 아득히 먼 기류의 떨림을 듣고 있었다.남서풍의 결이.. 2025. 12.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