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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tany

「靈鷲山 通度寺 日記 — 紅梅와의 約束」

by mjcafe 2026. 2. 26.

 

 

🌸 자장매(慈藏梅) : 붉은 전자의 함성

       글 •그림 MJ.

 

通度寺 靈閣 앞, 늙은 등굽은 나무 한 그루
지난여름의 햇살을 녹말(Starch)로 갈무리해
뿌리 깊은 금고 속에 戒律처럼 쌓아 두었네.

 

低溫 春花의 혹독한 형벌을 견뎌낸 뒤에야
억제된 호르몬의 사슬을 끊고 터져 나오는
先花後葉, 망설임 없는 選擇.

 

잎사귀 하나 없는 허허벌판 같은 가지 위로
안토시아닌(Anthocyanin) 붉은 빛을 토해내는 것은
벌 나비 드문 초봄, 冬柏새라도 불러 세워
불법의 씨앗을 맺으려는 처절한 精進이라.

 

벤질 아세테이트(Benzyl acetate)의 달콤한 은유와
벤즈알데하이드(Benzaldehyde)의 진득한 향기는
바람결에 실려 金剛戒壇을 넘어오니,

 

慈藏의 “하루를 살아도 戒를 지키겠다”는 서릿발과
泗溟이 지켜낸 사리의 영롱한 광채,
鏡峰 스님이 밤중에 만져보라던 그 門고리가
이 紅梅花 향기 속에 붉게 스며 흐르네.


태양 에너지 적게 축적된 酷寒의 끝자락이나
그 속에 깃든 熱은 어느 火爐보다 뜨거우니,
꽃은 피어 以心傳心의 붉은 話頭를 던지네.


“그대, 코끝에 스미는 이 달콤한 에스테르(Ester)의 香이
작년의 苦痛이었음을, 그리고 내일의 解脫임을 아는가.”

 

 

 

 

📜 夜投豐德寺謁海上人

       (야투풍덕사알해상인) — 盧綸


半夜中峰有磬聲 (반야중봉유경성): 깊은 밤 산봉우리 속에서 경쇠 소리가 들려오니
偶逢樵者問山名 (우봉초자문산명): 우연히 만난 나무꾼에게 산 이름을 물어 본다
上方月曉聞僧語 (상방월효문승어): 절 위쪽 달 밝은 곳에서 스님의 말소리가 들리고
下路林疏見客行 (하로림소견객행): 아래 숲길 성긴 사이로 길 가는 나그네가 보이는구나
野鶴巢邊松最老 (야학소변송최로): 들학 깃든 둥지 주변 소나무는 가장 늙었고
毒龍潛處水偏清 (독룡잠처수편청): 독룡이 잠든 곳의 물은 특히 맑구나
願得遠公知姓字 (원득원공지성자): 원공 같은 큰 스님이 내 이름자라도 알아주기를 바라며
焚香洗鉢過浮生 (분향세발과부생): 향을 사루고 발우 씻으며 덧없는 삶을 보낸다

전각의 기둥(柱)에 매다는(聯) 판이라 하여 주련(柱聯)이라고 부른다. 보통 좋은 시구(詩句)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겨 넣는데, 건물에 입히는 '정신적 의복'과 같은 역할을 한다.

자장매가 피어 나는 통도사 영강의 주련들은 당나라 문인 노륜(盧綸, 739~799년)의 詩 〈야투풍덕사알해상인(夜投豐德寺謁海上人)〉의 구절들을 담고 있다. "밤에 풍덕사에 들러 해상인을 뵙다"라는 의미이다. 海는 사람 이름, 上人은 방장 또는 주지를 맡고 있는 고승을 의미한다. 풍덕사는 중국 西安의 종남산에 있는 수나라 때 창건한 사찰로서, 남산율종을 연 道宣대사가 오래 머물렀던 절이다. 통도사의 開山祖인 자장율사가 중국 유학 당시, 종남산에서 이 도선대사에게 律을 배웠다. 

주련은 시를 ‘읽는 순서’와 ‘걸리는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현장에서 의미가 더 깊어진다. 통도사 영각의 경우도 전통 사찰 주련 배열 원칙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뉜다.


📜 통도사 영각 주련 배열 방식 〈夜投豐德寺謁海上人〉 — 盧綸

👉 정면을 바라보고 섰을 때 기준 (사찰 주련은 항상 오른쪽 → 왼쪽 순서로 읽는다.)

오른쪽 기둥 (첫째·둘째 연)
半夜中峰有磬聲 (반야중봉유경성) 한밤 산 깊은 곳에서 경쇠 소리 들리고
偶逢樵者問山名 (우봉초자문산명) 우연히 만난 나무꾼에게 산 이름을 묻는다
上方月曉聞僧語 (상방월효문승어) 달 밝은 절 위쪽에서 스님의 말소리 들리고
下路林疏見客行 (하로림소견객행) 아래 숲길 사이로 나그네 모습이 보인다
➡️ 의미: 세속의 길에서 산사로 들어오는 여정과 도착의 순간.

▶ 왼쪽 기둥 (셋째·넷째 연)
野鶴巢邊松最老 (야학소변송최로) 들학 깃든 곁의 소나무 가장 늙었고
毒龍潛處水偏清 (독룡잠처수편청) 독룡 잠든 곳의 물은 더욱 맑다
願得遠公知姓字 (원득원공지성자) 큰 스님이 내 이름 알아주기를 바라며
焚香洗鉢過浮生 (분향세발과부생) 향 피우고 발우 씻으며 덧없는 삶 보내고 싶다
➡️ 의미: 자연과 수행 속에서 마음이 머무는 귀의(歸依)의 단계.

🌿 왜 이런 배치인가?
주련은 단순히 시를 나눈 것이 아니라,
• 오른쪽 : 길을 찾아 올라오는 인간의 상태 (求道)
• 왼쪽 : 수행 속에 머무는 깨달음의 상태 (安住)
즉, 영각 앞에 서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 “길 위의 나그네 → 수행을 바라는 마음” 으로 이동하도록 읽히게 설계된 것이다.

 

 

 

 

🌿 영축산 通度寺 日記

        글 •그림 MJ

 

나는 오늘도 靈鷲山 通度寺에 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마음이 조금 흔들릴 때면, 발걸음이 먼저 이곳을 기억한다.


靈閣 앞을 지나며 잠시 멈추었고,
金剛戒壇 앞에서는 오래 서 있었다.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서 있는 동안 마음이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오는 느낌이 있었다.

 

觀音殿 안으로 들어왔을 때,
나는 더 이상 무엇을 묻지 않았다.
잘 되게 해달라는 말도,
어떤 선택이 옳은지 알려 달라는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조금 숙이고 서 있었다.

 

작은 촛불 두 개가 조용히 타고 있었고,
그 불빛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보며
지금 필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마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는 모른다.
나올 때에는 들어올 때보다
조금 가벼워진 발걸음뿐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아무 約束도 하지 않았지만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만은 분명했다.

 

 


Acknowledgements  

 

  • 영축산 통도사를 다녀온 후, 석화님의 아름다운 자장매 사진을 접하고 영감을 받게 되어, 다녀온 일기를 기록해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자장매 자태 사진을 보여주신 석화님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Link 티스토리 '석화의 여행 이야기' ⇒ https://wlsska1.tistory.com/7068656 
  • 통도사 자장매 사진을 담아 공유해주신 티스토리 나사랑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Link 티스토리 '나사랑의 빛 그림 갤러리' https://nasalang2008.tistory.com/855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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