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렇게 겨울을 배웠다 ②
🌈서로를 밀어 올리며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혼자서는 높이 오를 수 없는 놀이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발끝을 딛고, 누군가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던 날들.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서로를 통해 더 멀리 보았습니다.
- 글 · 그림 MJ -



널뛰기 — 함께 올라 보는 하늘
담장 안 늦은 겨울 햇살 먼저 풀려들고
마당 끝 긴 널 하나 조용히 자릴 잡네
손을 털고 마주 선 둘 웃음부터 앞선다
발을 딛어 올려 보나 박자 자꾸 어긋나고
높이 못 간 치맛끝에 웃음 먼저 흩어진다
넘어질 듯 붙잡으며 다시 널을 고른다
내려 딛는 힘을 낮춰 서로 숨을 맞춰 가고
눈짓 하나 신호 되어 오르내림 이어진다
말은 줄고 널의 울림 두 사람을 묶어 간다
치맛자락 둥글게 펴 겨울 바람 갈라지니
한 번 오름 한 번 받침 하늘 길이 열려 간다
담장 너머 낮은 지붕 햇빛 따라 흔들린다
더는 서둘 힘이 없어 몸이 먼저 길을 알고
밀어 주면 실려 올라 서로 가벼웁게 날아간다
널의 숨결 이어지니 마당조차 넓어지네
높이 올라 마을 보고 발끝 다시 땅을 딛자
둥— 울리는 널 소리에 눈이 먼저 마주치고
참지 못해 한꺼번에 크게 웃음 터뜨린다

🌸 Neolttwigi — Late Winter Courtyard (cinematic poem)
Inside the courtyard
after the New Year,
winter light turns soft first.
A long wooden board
rests across the ground.
We face each other, laughing already.
At first
our steps do not agree.
The board stumbles,
skirts falter,
laughter comes too soon.
Again.
You step down —
I rise.
I land —
you fly.
Slowly
our breathing finds one rhythm.
No words now,
only timing.
The board begins to sing.
Upward —
for a heartbeat
the wall disappears.
Roofs, alleys,
the whole village opens beneath the sky.
Then down again —
wood thunders,
air breaks,
and we burst into laughter.
Not because we won,
not because we climbed high,
but because together
we learned
we could rise
whenever we wished.
The laughter fades.
The courtyard grows quiet again.
Only the board
moves once…
twice…
and winter sunlight
settles back onto the ground.

⬛ CULTURAL NOTE
— Traditional Korean Folk Games Played During the Seollal Season [5]
Neolttwigi (Korean Traditional Seesaw Game)
Neolttwigi is a traditional Korean folk game historically played by women and girls, especially during the winter season and around the Lunar New Year holidays. Unlike a Western seesaw, players stand facing each other on opposite ends of a long wooden board placed over a central support. By stepping down with controlled force, one player lifts the other high into the air, creating a rhythmic exchange of balance, timing, and trust.
The game requires practice, physical strength, and coordination between partners, as success depends not on individual skill alone but on shared rhythm. Traditionally played within courtyards or village spaces, neolttwigi offered participants a rare moment of elevation—both physically and symbolically—allowing them to briefly see beyond walls and rooftops. Today, it remains an iconic image of Korean seasonal festivities and communal play.

투호놀이 — 마음이 먼저 닿는 자리
📜 投壺記 (벗에게 보내는 서한문)
어제 마당에 투호를 놓고 벗들과 한참을 보냈네.
바람은 잔잔하고 햇빛만 담장 끝에 머물러,
사람의 마음 또한 절로 가라앉는 듯하였네.
화살을 손에 들고 서니
멀지 않은 항아리 하나가 어찌 그리 멀게 느껴지던지,
비로소 내 마음이 먼저 흔들리고 있음을 알겠더군.
처음에는 웃으며 던졌으나
화살 끝이 번번이 입구를 스치고 지나가니
부끄러움에 말수가 점차 줄어들었네.
급히 하면 반드시 빗나가고,
지나치게 살피면 또한 때를 잃으니,
힘을 다하는 일보다 마음을 고르게 하는 일이 더 어려웠다네.
한 벗이 말없이 화살을 들어
잠시 눈을 낮추고 숨을 고른 뒤 던지니,
가벼운 소리와 함께 곧게 항아리 속으로 들어갔네.
그때 우리는 크게 떠들지 못하고
잠시 서로를 바라보기만 하였지.
마치 마음이 먼저 도착한 뒤 화살이 따르는 듯하였네.
돌아와 생각하니
화살은 손에서 떠나는 순간 이미 돌이킬 수 없으되,
그 향하는 바는 던지기 전 마음속에서 정해지는 듯하였네.
나는 아직 서투르나
이 작은 놀이 속에도 스스로를 다스리는 뜻이 있음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구려.
벗들과 마주 서 있지 않았다면
내 마음의 흔들림 또한 알지 못했을 것이네.
다음에 그대와 마주 앉게 되면
말을 줄이고 한 차례 함께 해 보고 싶네.

⬛ CULTURAL NOTE
— Traditional Korean Folk Games Played During the Seollal Season [6]
Tuho — A Game of Aim and Composure
Tuho is a traditional throwing game in which players attempt to toss slender sticks or arrows into a tall, narrow container from a measured distance. Originally enjoyed by scholars and aristocrats, the game later became a popular pastime during festive gatherings.
Players stand calmly in line, focusing on posture and controlled movement rather than strength. Each throw requires careful judgment of distance and angle, and spectators often react quietly before applauding a successful shot. The game was commonly played indoors or in courtyards during holidays, adding a composed contrast to more energetic children’s games.
Tuho reflects ideals of balance and self-discipline, showing that celebration can also include moments of concentration and grace.

연날리기 — 손을 떠나 하늘에 닿는 것들
연은 하늘보다 먼저 마루 끝에서 태어났다.
좋은 대나무를 구하려 몇 번이나 이웃 동네를 오갔고,
살을 고르게 깎는 법을 배우기 위해
어른들의 손놀림을 오래 지켜보았다.
한지는 귀했고, 풀은 쉽게 식었으며,
종이를 붙인 뒤에도 연은 자꾸 한쪽으로 기울었다.
대나무 결을 따라 다시 다듬고,
물을 먹여 종이를 팽팽하게 만들고,
살과 살을 실로 이어 바람을 받을 곡선을 잡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일은
가운데 둥근 구멍을 내는 일이었다.
칼을 들고 한참을 망설였다.
이 한 번으로 연이 살 수도, 죽을 수도 있었다.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동네 어르신 한분이 말없이 서 계셨다.
한참을 바라보던 어르신은
그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나는 그때서야 칼을 내렸다.
종이가 조용히 갈라졌고
바람이 지나갈 자리가 생겼다.
"얘야! 먼저 종이에 구멍을 뚫고 그 다음에 댓살을 붙여 보거라!"
아하. 그랬다. 그러면 더 안전한 것이었다.
더 어릴적 조부께서
연실에 사금파리를 먹여 주시는 것까지
가르쳐 주실 때가 좋았다.
할아버지가 그립다.

연을 들고 들판으로 나갔을 때
하늘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마을에서는 느끼지 못하던 바람이
마른 풀 끝을 먼저 흔들고 있었다.
나는 연을 세워 들고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날리는 일보다
바람을 기다리는 일이 먼저라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친구 하나가 연의 등을 잡아 주었고
나는 얼레를 품에 안은 채 앞으로 달렸다.
“지금!”
뒤에서 터진 소리와 함께
손이 갑자기 가벼워졌다.
줄이 빠르게 풀려 나가며
손바닥이 따끔거렸다.
나는 몇 걸음 더 달리다가 멈춰 섰다.
그때 처음 고개를 들었다.
연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바람 속에 서 있었다.
누군가 먼저 소리를 질렀고
우리는 동시에 웃으며 외쳤다.
줄은 내 손에 있었지만
하늘은 이미 우리 모두의 것이었다.

설이 지나고 바람이 부드러워질 무렵,
마을 강가 둑 위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나는 더 손질한 방패연을 들고 나갔고
여동생에게는 작은 가오리연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연을 건네주자 동생은
이미 하늘에 오른 것처럼 웃었다.
이웃집 형님들도 새 연을 들고 나왔고,
아이들은 바람을 시험하며 들판을 뛰어다녔다.
하나둘 연이 떠오르자
곧 하늘은 색과 모양이 다른 연들로 가득 찼다.
누구의 연이 더 높은지
더는 알 수 없었다.
하늘 자체가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그때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떨어진 언덕으로 모였다.
동네에서 연을 가장 잘 날린다는 어르신이
긴 연줄을 풀어 올리고 있었다.
하나의 줄 끝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방패연들이 이어져
바람을 타고 몸을 틀었다.
용이었다.
하늘 위에서 길게 이어진 몸이
구불구불 움직이며 춤을 추고 있었다.
사람들은 말을 잊고
그 모습을 올려다보았다.

나는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여동생이 두 손으로 연줄을 꼭 쥔 채
바람에 몸을 조금씩 흔들고 있었다.
나는 그 위에 손을 얹어 함께 잡아 주었다.
하늘에는 수많은 연이 떠 있었지만
지금 내 손에 전해지는 떨림은
단 하나였다.
바람은 먼곳을 향하고 있었고,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같은 하늘을 붙잡고 있었다.

⬛ CULTURAL NOTE
— Traditional Korean Folk Games Played During the Seollal Season [7]
Yeonnalligi — Flying Kites into the New Year Sky
Yeonnalligi, or traditional kite flying, is closely associated with the Korean New Year season. Korean kites are typically rectangular with a circular hole at the center, designed to remain stable even in strong winter winds.
Children and adults run across open fields, guiding their kites higher while carefully releasing string from wooden reels. Competitions sometimes involve cutting an opponent’s string, sending drifting kites slowly descending across the sky.
Beyond recreation, kite flying symbolized sending away misfortune from the previous year. Many people wrote wishes or worries on the kite before releasing it, allowing the wind to carry them away as a gesture of renewal and hope.
땅에서 시작된 우리의 겨울은,
마침내 서로의 손을 디딤삼아 하늘에 닿아 있었습니다.
To be continued...
[우리는 그렇게 겨울을 배웠다 ③]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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