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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tings

우리는 그렇게 겨울을 배웠다 ①🌾 땅에서 뛰며 겨울을 배워 가는 시간

by mjcafe 2026. 2. 17.

 우리는 그렇게 겨울을 배웠다 ①
🌾 땅에서 뛰며 겨울을 배워 가는 시간

 

겨울 아침, 마당의 흙은 아직 단단히 얼어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윷가락을 쥐고 있었고, 누군가는 딱지를 품에 넣은 채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우리는 놀이를 하러 모였지만, 사실은 그 겨울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 글 · 그림 MJ -

 

 

 

 서문

 

설날이 오면 놀이가 먼저 시작되었다.
어른들은 차례상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이미 다른 세상을 펼치고 있었다.


나무를 깎고, 종이를 접고, 마루에 선을 긋고,
서로 마주 앉거나 나란히 서며
우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세상을 미리 살아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윷가락이 굴러가고,
딱지가 뒤집히고,
제기가 공중에서 이어지고,
팽이가 원을 그리던 순간들 속에서
어린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 삶의 방식들을
조용히 연습하고 있었다.

 

CULTURAL NOTE.  Seollal — The Korean Lunar New Year

Seollal is the Korean Lunar New Year and one of the most important annual holidays in Korea. Families travel to their hometowns to perform ancestral memorial rites, share traditional foods such as rice cake soup (tteokguk), and exchange blessings for the coming year.

After formal rituals are completed, homes and village courtyards often fill with play and conversation. Children wearing colorful hanbok bow to elders and then gather outdoors or on wooden floors to enjoy seasonal folk games. These activities helped relieve the quiet tension of ceremonies and brought warmth to the cold days of late winter.

Through shared meals, respectful customs, and lively games, Seollal marks both remembrance of the past and hopeful anticipation of a new beginning.

 

 

 

 윷놀이 — 마루 위에 모인 겨울

 

설날이면 윷판이 먼저 펼쳐졌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였다.
마루 위에는 웃음과 기대가 먼저 앉아 있었다.


요즘 누가 윷놀이를 하느냐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내 기억 속 설날은 늘 윷가락이 공중에서 돌던 장면으로 시작된다.


둥근 면과 평평한 면을 가진 네 개의 나무 조각.
그 단순한 모양이 왜 그렇게 긴장감을 만들었는지
어릴 때는 알지 못했다.


“모 나와라!”


누군가는 크게 외쳤고,
누군가는 속으로 잡히지 않기를 빌었다.
이기고 싶었지만, 사실은
여기까지 온 말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다.


윷가락이 떨어지는 순간마다
환호와 탄식이 뒤섞였지만
놀이가 끝난 뒤 남는 것은 승패가 아니었다.
함께 웃던 얼굴들과
마루의 따뜻한 공기뿐이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둥근 면과 평평한 면이
마치 陰과 陽처럼 서로를 이루고 있었다는 것을.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잡혀 다시 돌아가기도 하며,
우리는 작은 판 위에서 세상의 흐름을 배우고 있었다.


모든 것을 잃어도
다시 윷가락을 들어 올리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 단순한 사실을
어린 시절의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잠시 그림 속 윷판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미소 지었다.
'다음에는 조금 더 예쁘게 그려 봐야지' 하고.

 

 

Traditional Korean Folk Games Played During the Seollal Season [1]
Yutnori — Korea’s Traditional New Year Board Game

Yutnori is a traditional Korean board game widely played during Seollal, the Lunar New Year holiday. The game uses four wooden yut sticks, each shaped like a half-cylinder, which are thrown onto a flat surface. Depending on how the sticks land — showing either their flat or rounded sides — players move game pieces along a diagrammed board marked with a square path and diagonal shortcuts.

Families usually sit together on the wooden floor of a hanok house or around a mat spread on the ground. One player throws the sticks while teammates watch closely, reacting with cheers or playful groans as the result is revealed. Strategy emerges as players decide whether to advance quickly, capture opponents, or reunite their pieces.

Combining chance, teamwork, and lively interaction, yutnori transforms New Year gatherings into shared moments of suspense and laughter across generations.

 

 

 

 딱지치기 — 땅 위에서 시작된 승부

 

“야, 오늘 가져왔냐?”
“당연하지. 이번 건 진짜 세다.”


주머니에서 딱지들이 하나씩 꺼내졌다.
접힌 종이의 모서리와 두께를 서로 확인하며
아이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지난번에 다섯 개 따고 살아남은 거야.”

 

누군가는 일부러 천천히 펼쳐 보였다.
자랑 같기도 하고,
전투 전에 상대를 흔드는 신호 같기도 했다.

 

나는 말없이 내 딱지를 만져 보았다.

 

며칠 동안 접고 다시 풀고,
모서리를 눌러 단단하게 만들고,
어떤 종이가 가장 잘 뒤집히는지 시험했던 시간들.

 

준비가 허술하면 결과는 뻔했다.
그래서 내려치기 전까지가
이미 승부라고 생각했다.


(…지금이다.)

 

팔을 내려치는 순간,
모든 감각이 한 점으로 모였다.


틈, 바람, 각도, 속도, 힘.

 

딱지가 뒤집히자 환호가 터졌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바닥 위에는 이미 다음 딱지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시즌에는 끝이 없었다.

 

 

 

Traditional Korean Folk Games Played During the Seollal Season [2]
Ttakji-chigi — The Paper Tile Flipping Game

Ttakji-chigi is a traditional children’s game played using folded paper tiles called ttakji. Each piece is made by interlocking folded paper squares, creating a slightly puffed shape with a cross-shaped ridge on top. Players take turns striking the ground with their ttakji in an attempt to flip an opponent’s piece over.

The game is usually played on dry earth in village alleys or schoolyards during winter, where the firm ground allows the paper pieces to land flat. Children crouch close to the ground, carefully judging angle and force before swinging their arm downward. A successful flip is often followed by cheers and laughter as the winner claims the overturned ttakji.

Despite its simple materials, the game rewards timing, technique, and confidence, making it a beloved part of Korean childhood play.

 

 

 제기차기  공중에 피어나는 꽃

 

설을 며칠 앞둔 저녁, 우리는 동무 집 사랑방에 모여 앉았다.
등잔불이 가만히 흔들리고 어른들 기척이 있어 말소리는 절로 낮아졌다.


“야, 소리 죽여라.”
“네가 더 시끄럽다, 이 녀석아.”

 

웃음을 삼키며 속닥속닥
종이를 접고 깃을 고르고 끈을 매만졌다.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눌러 보며
어느 제기가 더 높이 오를지 끝없이 따졌다.


“그건 금세 떨어진다.”
“두고 보아라, 네 것부터 먼저 죽는다.”

 

입은 조용하였으나
속은 장터처럼 왁자하였다.

내일 마당에서 제기가 솟아오를 일을
모두가 이미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밤이 깊어 흩어질 때
저마다 새 제기를 품속에 꼭 넣었다.

 

 

Image: 제기차기, 국립민속박물관

 


이튿날 서당에 들어서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몰래 한 번씩 더 만져 보았다.


훈장님께서 천자문을 짚어 읽히시고
소학 뜻을 길게 풀어 주셨으나
글귀는 귀에 붙지 못하고 달아나 버렸다.


앞자리에 앉은 녀석이 슬쩍 돌아보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언제 나가느냐?”

 

나는 고개만 까딱하였다.
글 읽는 소리가 조금 느슨해지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마당으로 쏟아져 나왔다.

 

“자, 비켜라. 이번엔 내가 먼저다!”

 

제기가 발끝을 떠나 허공으로 솟았다.
물속을 헤엄치듯 흔들리며 올라가다가
하늘 한가운데에서 문득 멎었다.

 

꼭 꽃 한 송이 피어나는 듯하였다.

 

“하나다!”
“둘이요!”
“에이, 벌써 죽느냐?”
“아직 산다!”

 

둥실 퍼졌다가 다시 오므라들며 내려오고
발끝이 다시 그것을 받아 올렸다.

 

웃음 속에서 꽃이 또 피었다.
한 번, 또 한 번.
어느새 옆에서도 제기가 솟고

 

저쪽에서도 아이들이 소리치며 차 올렸다.
마당 여기저기서 꽃이 터지듯 피어났다.
샘물 솟듯, 분수 뛰듯, 발끝마다 봄이 일어났다.

 

처음엔 자꾸 놓치던 아이도
우리가 소리 맞춰 세어 주자 점점 이어 갔다.

 

“셋!”
“넷!”
“이제 사람 구실 한다!”

 

이기고 지는 일은 아무도 따지지 않았다.
꽃만 끊기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한참 뒤 숨이 턱에 차 모두 무릎을 짚고 웃었다.
제기의 깃은 흐트러지고 끝이 조금 해어져 있었다.
나는 그것을 털어 손바닥으로 곱게 매만졌다.
오늘 내 발을 따라 하늘을 오르내리던 녀석이었다.
슬며시 주머니 속에 넣었다.
같이 놀다 돌아가는 동무 하나 데려가듯이.

 

우리는 서당 쪽을 한 번 힐끗 돌아보고
담장을 돌아 골목 어귀로 걸음을 옮겼다.

 

“야, 내일은 내가 이긴다!”

 

뒤에서 날아온 소리에
우리가 모두 돌아보았다.

 

밝은 볕이 눈에 들어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어차피 내일도,
모레도 다시 볼 사이였다.
그래서 아무도 작별 인사는 하지 않았다.

 

놀이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잠깐 미뤄 둔 것뿐이었다.

 

 

Traditional Korean Folk Games Played During the Seollal Season [3]
Jegichagi — A Winter Game of Balance and Rhythm

Jegichagi is a traditional Korean kicking game played with a small object called a jegi, made from a coin or weight wrapped in paper and decorated with colorful feathers. Players repeatedly kick the jegi upward using the inside of the foot, attempting to keep it from touching the ground for as long as possible.

The game is often played outdoors during winter, especially in village courtyards or schoolyards during the New Year season. Children stand in small groups counting each successful kick aloud, while others wait their turn or challenge friends to beat their record. Skilled players develop steady rhythm and precise control, sometimes alternating feet or adding playful tricks.

Though simple in appearance, jegichagi trains coordination and perseverance, turning cold winter air into an energetic and cheerful playground.

 

 

 팽이치기  부우웅, 겨울 골목의 중심

 

팽이를 치는 소리는 늘 얼음 위에서 먼저 울렸다.

아직 해가 완전히 오르지 않은 겨울 아침,
강가 얼음판 위에는 먼저 나온 아이들의 발자국이 성에처럼 남아 있었다.
누군가는 이미 줄을 감고 있었고,
누군가는 장갑 낀 손으로 팽이 끝을 만지며 균형을 살폈다.

팽이는 그냥 생겨나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아이의 것은 읍내 시장에서 사 온 것이었고,
어느 아이의 것은 아버지가 밤마다 깎아 주던 것이었다.
나무를 고르고, 거칠게 초벌을 깎고,
둥글게 다듬어 중심을 맞추고,
손바닥 위에서 몇 번이나 굴려 보며 균형을 확인했다.

그다음은 아이들의 몫이었다.

윗면에 색을 칠하고,
마르고 나면 니스를 발라 윤을 냈다.
옆면은 양초를 녹여 문질러 얼음 위에서 더 오래 돌게 만들었다.
작은 팽이 하나에
아이의 성격과 고집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줄 또한 중요했다.
어른들의 낡은 작업화나 군화에서 풀어낸 질긴 끈은
팽이를 돌리는 힘이 되었고,
싸움이 시작되면 다시 회전을 살려내는 채찍이 되었다.

팽이와 줄은 늘 함께였다.
실과 바늘처럼.

처음에는 다들 비슷했다.

몸을 조금 숙여 조심스럽게 던지면
팽이는 몇 번 흔들리다가 이내 쓰러졌다.
얼음 위에 부딪히는 소리가 괜히 크게 들렸다.

그러다 어느 날,
누군가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던졌다.

한쪽 발을 높이 들고,
온몸을 뒤로 젖혔다가
한순간 앞으로 쏟아내듯 팔을 내리꽂았다.

부우웅—.

줄이 풀리는 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울렸다.
팽이는 바닥에 닿는 순간 이미 살아 있었다.
강하게, 깊게,
윙윙 소리를 내며 돌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조금 무서웠지만,
그래서 더 잊히지 않았다.

싸움팽이 판은 언제나 긴장으로 가득했다.
원 안에서는 평화가 없었다.
서로 부딪혀 쓰러뜨리기도 했고,
때로는 위에서 내려찍듯 공격하기도 했다.

참가할지 말지는 각자의 몫이었다.
며칠 동안 연습하지 않은 아이는
원 바깥에서 구경만 해야 했다.

나는 원 가까이 다가가
주머니 속 팽이를 무의식중에 만지고 있었다.
동경과 두려움이 함께 손끝에 닿아 있었다.

준비는 오래 걸렸다.
던지는 법을 흉내 내며 수없이 연습했고,
잘하는 아이들의 손동작을 눈으로 훔쳤다.

마치 무언가를 전수받듯이.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제대로 풀렸다.

부우웅—.

공기를 가르는 소리,

줄이 길게 울었고,
팽이는 중심을 잡으며 힘 있게 돌았다.

“우와—!! 완전히 달라졌는데!”
“대단해, 대단…!”

아이들의 탄성이 얼음 위로 퍼졌다.

강한 구심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며
팽이는 윙윙 소리를 내며 계속 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싸움이 끝나갈 즈음,

어느 팽이 하나가 원 밖으로 튀어나와
내 발 앞에서 혼자 돌고 있었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한참을 그렇게.

부우웅—
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화면은 서서히 어두워졌다.

그리고 오래 지난 뒤에도,
나는 그날의 소리를 잊지 못한다.

다시 낮.
친구들 앞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던졌던 날.

힘 있게 돌고 있던 그 작은 세계가,
아직도 내 안에서 계속 돌고 있다.

 

 

❄️ “돌고 있는 팽이를 바라보며, 우리는 겨울을 조금 더 자라났다.”
🌬 “차가운 땅 위에서, 우리의 시간은 그렇게 천천히 돌고 있었다.”
🌙 “누가 이기든 상관없이, 겨울은 우리 모두의 것이었다.”

 

Traditional Korean Folk Games Played During the Seollal Season [4]
Paengi-chigi — Spinning Tops on Winter Ground

Paengi-chigi is a traditional game in which children spin wooden tops and keep them rotating as long as possible by striking them with a string or whip-like cord. The tops are usually carved from wood with a pointed metal or hardened tip that allows smooth spinning on packed earth or frozen surfaces.

During winter, children gather in open yards or icy fields, launching their tops with practiced motions before chasing them across the ground. Players compete to maintain rotation the longest or knock opponents’ tops aside without stopping their own. The humming sound of spinning tops and the circular patterns they trace across the ground create a lively winter spectacle, combining craftsmanship, skill, and playful competition.

 

🌾 “그 겨울, 우리는 놀이 속에서 서로를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To be continued...

[우리는 그렇게 겨울을 배웠다 ②]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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