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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렇게 겨울을 배웠다 ③ 빛이 사라진 뒤에도 마음에 남는 것들

by mjcafe 2026. 2. 19.

 우리는 그렇게 겨울을 배웠다 ③
 빛이 사라진 뒤에도 마음에 남는 것들

해가 지면 놀이는 끝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얼음 위의 자국과 타다 남은 불빛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겨울은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우리 안에 남습니다.
- 글 · 그림 MJ -

 

 

 

 얼음썰매 — 강 위에 남아 있던 소리

 

이제 와 생각하면 그 겨울 강은 유난히 넓었다.


강물이 단단히 얼어붙으면
마을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그 위로 모여들었다.

우리는 썰매 하나에 하루를 맡기고
해가 기울 때까지 강을 떠나지 않았다.


그 시절 썰매는 사 오는 물건이 아니었다.
조금 큰 아이들은 제 손으로 만들었고,
집안 형님이나 동네 어른들이 만들어 준 것을
물려받기도 했다.


모양은 모두 달랐다.

 

앞이 길게 들린 것도 있었고
낮고 무거워 얼음에 단단히 붙는 것도 있었다.
밑에 박힌 쇠날의 각도에 따라
속도가 달라졌고,
무게 중심이 조금만 어긋나도
썰매는 제멋대로 방향을 틀었다.


쇠날의 결이 고운 것은 멀리까지 미끄러졌고,
안장이 매끄러운 것은 오래 타도 옷이 덜 젖었다.
줄을 매달아 끌 수 있는 작은 구멍 하나에도
만든 사람의 손길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같은 썰매는 하나도 없었다.


유난히 빠른 썰매를 가진 아이가 있으면
우리는 그 뒤를 따라 달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 부러워하곤 했다.

 


강 위의 바람은 매서웠지만
썰매를 밀어 달릴 때만큼은
추위를 느낄 틈이 없었다.
끄개로 얼음을 찍어 나가면
낮고 긴 소리가 강 위에 울려 퍼졌다.


세월이 흘러
지금 그 강가에는 다리가 놓였고,
겨울에도 얼음 위를 마음껏 달리는 아이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눈을 감으면
옷깃 사이로 파고들던 바람과
쇠날이 얼음을 긁던 소리가
아직도 먼 데서 들려오는 듯하다.

 

 


해가 기울 무렵이 되면
빠른 썰매도, 느린 썰매도 모두 멈추었다.


우리는 강 한가운데에 앉아
붉게 물든 얼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 종일 이어지던 소리들이
노을 속에서 천천히 가라앉았다.


이윽고 누군가 먼저 일어나
썰매 구멍에 끄개를 꽂아 어깨에 메었고,
우리도 하나둘 강을 내려왔다.


집에서는 식구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손은 얼어 있었지만
마음만은 이상하게 따뜻했던 저녁이었다.


오래 지나 돌이켜 보면
얼음 위를 달리던 기억보다
함께 돌아오던 그 길이 더 또렷하다.


그리고 그날의 쇠날 소리도
어느 겨울 끝자락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 CULTURAL NOTE
Traditional Korean Folk Games Played During the Seollal Season [8]
Ice Sledding — Winter Play on Frozen Water

Ice sledding was a popular winter activity when rivers and ponds froze solid. Children rode low wooden sleds fitted with metal runners, pushing themselves forward using long sticks tipped with sharp points.

Players sat or knelt close to the ice, rhythmically striking the surface to gain speed while gliding across wide frozen areas. Friends raced one another or traced looping paths, their laughter echoing across the quiet winter landscape.

The activity depended entirely on natural conditions, making it a seasonal joy shaped by climate and community. For many Koreans, memories of ice sledding remain closely tied to the crisp brightness of traditional winters.

 

 

 썰매 — 오늘이 가장 길었던 하루

 

오늘 진짜 많이 놀았다.


아침에 밥 먹고 바로 밖으로 나갔는데
마을 언덕에 눈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었다.
벌써 친구들이 썰매를 들고 모여 있었다.


위에서 한 번 타고 내려오면
다시 썰매를 끌고 걸어 올라가야 했는데
하나도 힘든 줄 몰랐다.
숨은 차는데 자꾸 웃음이 나왔다.


어떤 애는 나무 썰매였고
어떤 애는 플라스틱 썰매였고
어떤 애는 비료포대를 깔고 탔는데
그게 생각보다 빨라서 다 같이 따라 했다.


내려올 때 눈이 얼굴로 막 튀고
몇 번은 옆으로 굴러 떨어졌는데
다들 웃느라 한참을 못 일어났다.


장갑은 다 젖고
신발 안까지 눈이 들어왔는데
이상하게 하나도 안 추웠다.


해가 거의 질 때까지 타다가
집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타고 내려왔다.


집 안에 들어오니까
라면 끓는 냄새가 먼저 나고,
보일러 온기가 확 올라와서
온몸이 녹는 것 같았다.


오늘은 진짜 겨울방학 같았다.

 

 

⬛ CULTURAL NOTE
Traditional Korean Folk Games Played During the Seollal Season [9]
Snow Sledding — Sliding Down Winter Hills

Snow sledding brought excitement to snowy hillsides during the coldest months of the year. Children used wooden boards, straw mats, or handmade sleds to slide down slopes packed with snow.

Groups gathered at village hills or open fields, climbing repeatedly to the top before rushing downhill together. Riders leaned back to balance while snow scattered beneath them, often ending in joyful tumbles at the bottom.

Simple and accessible, snow sledding emphasized shared laughter rather than competition. The repeated climb and descent reflected the carefree endurance of childhood winters.

 

 

 쥐불놀이 — 별 보다 먼저 그린 빛

 

얼음과 눈 위의 하루가 끝나고
해는 들판 끝으로 천천히 기울고 있었다.


빛은 아직 남아 있었지만
공기는 이미 저녁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마을 옆 넓은 들판에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마른 풀 냄새 속에서
작은 모닥불이 먼저 피어올랐다.

 

우리는 불가에 둘러앉아
큰 형님들이 나누어 주는 따뜻한 국물을 돌려 마셨다.
모닥불 위에서는 간식이 천천히 익어 갔고,
배가 차기도 전에 웃음이 먼저 터졌다.

 

아직 아무 일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마음은 벌써 달리고 있었다.

 

 

빈 깡통 하나가 불가로 가져와졌다.
바닥에는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었고
긴 철사가 매달려 있었다.

 

마른 볏짚이 채워지고
모닥불에서 옮겨온 불씨가 조심스럽게 담겼다.

 

불빛 가까이에서
아이 하나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눈은 이미 밤을 향해 반짝이고 있었다.

 

 

먼저 시작한 아이가
깡통을 힘껏 돌렸다.


휙—

 

어둠 속에 작은 불의 원이 그려졌다.


잠시 뒤
또 하나,
그리고 또 하나.


들판 위로 불빛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뛰어다니며 깡통을 돌렸고
황금빛 원들이 공중에서 겹치고 흩어졌다.


멀리 마을에는 하나둘 불이 켜지고
집들은 따뜻한 빛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을 무렵,
들판은 수많은 불의 궤적으로 가득 찼다.


그러다 하나둘
불빛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웃음소리도 점점 낮아지고
밤이 다시 자리를 찾아왔다.

 

꺼져 가는 깡통들 사이에서
마지막 아이 하나가
남은 불을 힘껏 돌렸다.


불씨는 크게 원을 그리더니
이윽고 위로 솟아올랐다.


황금빛 궤적이
연기처럼 길게 하늘을 향해 이어졌다.


잠시,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빛도
별빛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 CULTURAL NOTE
Traditional Korean Folk Games Played During the Seollal Season [10]
Jwibulnori — Fire Circles of the First Full Moon

Jwibulnori is a traditional folk activity performed around the first full moon of the lunar year. Participants place burning charcoal inside perforated cans and swing them in wide circles, creating trails of glowing light across dark fields.

Historically, the fire helped burn dry grass and pests to protect upcoming crops, blending agricultural practice with communal celebration. Villagers gathered at night, watching sparks scatter while children ran across open land holding spinning flames.

The sight of countless circles of fire moving through the darkness symbolized purification and renewal, marking the transition from winter toward a hopeful farming season.

 

 


[앤솔로지] 우리는 그렇게 겨울을 배웠다  - 목차(Lin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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