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붉은 보석을 품은 쌍둥이: 올괴불나무의 노래
산그늘 깊은 곳, 이끼 낀 바위 곁에
누가 이토록 정교한 약속을 심어 두었나
하나의 화경(花梗) 끝, 운명처럼 돋아난
발그레한 쌍둥이 꽃이 고개를 숙일 때
숲의 공기는 이미 달콤한 비밀로 젖어 드네.
리날로올 우아한 향기 바람에 실어 보내며
은빛으로 피어 금빛으로 익어가는 시간의 마법
“수정이 끝났소" 곤충에게 보내는 정직한 신호등
암술대는 수술보다 높이 솟아 자존심을 지키고
남의 꽃가루 귀히 여겨 유전의 다양성을 엮네.
꽃잎 진 자리, 슬픔이 고일 틈도 없이
두 씨방은 서로의 살을 섞어 하나가 되니
초록 잎새 사이로 조용히 익어가는 붉은 유리알
수줍게 갈라져 마주 보는 투명한 하트(♡)
둘이서 하나가 된, 지독하고도 아름다운 결속이여.
털 하나 없이 맑은 루비의 살결이나
속은 단단한 사포닌의 경고
치기 어린 포식자에게는 쓰디쓴 교훈을 주고
날개 달린 배달부에게만 허락된 달콤한 초대
새들의 갈무리 속에 멀리멀리 에어드랍 되어
척박한 바위틈에서도 다시금 강인한 뿌리를 내리네.
가늘지만 치밀한 목질로 세월의 층을 쌓고
잎 뒷면 빽빽한 잔털로 가뭄과 벌레를 막아내며
수십 년 산지기를 자처한 영리한 에너지 경영자
그대, 이름은 투박한 '울괴불'이라 불릴지라도
그 속에 담긴 지혜는 가장 세련된 자연의 설계도.
오늘도 숲의 가장자리, 반그늘 아래서
그대는 맑은 심장 하나를 오롯이 매달고
가장 낮은 곳에서 노래하네,
가장 높은 사랑의 페어링을.
- 깔끄미예요님의 티스토리 '올괴불나무 꽃 컨텐츠를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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