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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tany

수원화성 장안공원, 수사해당화(垂絲海棠)가 내려앉은 봄

by mjcafe 2026. 4. 16.

 

돌은 오래 머물고, 꽃은 잠시 머문다.
그 사이를 지나며, 우리는 계절을 배운다.
수원화성 장안공원—봄은 오늘도 그 위에 내려앉는다.

 

 

 

 

《수사(垂絲)의 잠, 서부(西部)의 노래》

 

동쪽에서 불어온 바람은 이름을 흐리게 하였으나
길게 늘어진 붉은 실들은 여전히 하늘의 숨결을 낚네.
사람들은 ‘서부’에서 온 나그네라 부르지만
나는 고개 숙여 대지의 낮은 목소리를 듣는 ‘수사(垂絲)’의 연인이라네.

 

내 꽃가루는 스스로를 허락하지 않고
담장 너머 이웃의 연분을 기다리는 치열한 외도(外道).
그것은 불륜이 아니라, 더 푸른 내일을 위한 고독한 결단이니
품 안의 붉은 열매는 수만 인연이 섞여 맺힌 씨앗집이라.

 

소동파가 밤 깊어 촛불을 켰던 그 마음을 아는가.
겹겹의 꽃잎 무거워 고개 숙인 것이 아니라
달빛 아래 화장한 얼굴, 행여 들킬까 부끄러워함이니
해당(海棠)의 깊은 잠은 아직 깨지 않았네.

 

화려한 봄날의 함성 뒤로 해거리의 침묵을 배우고
겨울 새들에게 붉은 심장을 내어주는 인내의 나무.
비틀린 이름 뒤에 숨겨진 너의 진실한 자태는
실처럼 가늘게 떨리는 저 붉은 꽃자루 끝에 매달려 있구나.

 

그리하여 너의 고운 빛을 가슴에 품은 이마다
입가엔 잔잔한 웃음꽃, 마음엔 넉넉한 온기가 맺히리니
고개 숙여 건네는 너의 분홍빛 인사는
사랑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전하는 다정한 축복이어라.

 

 

 

 

수원화성 장안공원의 수사해당화(垂絲海棠)가 건네는 이 봄의 장면을
정성으로 담아 전해주신 몽실이*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꽃과 나비, 그리고 새들이 먼저 알아보는 길 위에서,
매번의 출사가 고운 인연처럼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바람이 머무는 자리마다 나비의 날갯짓이 함께 하고,
그 걸음마다 조용한 행운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Original photos ☞ 티스토리 '몽실이 이야기'  https://dhtpduf68.tistory.com/6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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